죽음이라는 단어는 절대적인 개념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역사'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게다가 '거의 모든'이라니. 호기심을 이끌만한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의 제목대로 이 책에서는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죽음에 관한 흥미로운 관념이나 에피소드에 대해 풀어놓고 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보면 터무니없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여러 사례들이 무척이나 흥미롭게 이어지죠. 진지하게 죽음에 대한 철학을 풀어놓는게 아니라 '서프라이즈' 수준의, 흥미 본위의 에피소드들이 많아서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작가도 아주 위트있게 글을 잘 써서 이런 종류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밋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면 이런 내용들 말이죠.
사람의 피에 치유력이 있다는 믿음은 17,18세기에도 계속되었고 피를 마시는 행위 역시 뱀파이어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덴마크에서 공개처형이 집행되면 시신에서 나오는 신선한 피를 마셔 간질을 치료하려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컵을 들고 기다렸다고 전해진다. 17세가 후반에는 뉴 잉글랜드 출신의 목사 에드워드 테일러가 '신선하고 따뜻한 사람의 피' 를 마시면 간질이 치유된다고 주장했고 영국의 다른 여러 의사들도 18세기 중반까지 '갓 뽑은 사람의 따끈한 피 한 모금씩' 을 처방하기도 했다.
사자의 서는 개별화된 문서였으므로 내용은 제각기 달랐다. 서기관을 위해 만든 사자의 서는 그 길이가 28미터에 달하는데에 반해 지위가 낮은 사람들의 것은 훨씬 짧게 제작되어야 했다. 따라서 하층민을 대상으로 한 사자의 서에는 중요한 마법이나 주문이 생략될 가능성도 있었던 관계로 서민들은 안전하게 저승을 통과할 수 있을지 확싢지 못해 전전긍긍했고 모든 것을 운에 맡기는 수 밖에 없었다.
죽음이란, 극도로 불명확하고, 정복될 수 없는 개념과 맞닥뜨렸을 때 인간은 어디까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나에 대한 사례모음집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싶습니다. 그렇다고 아얘 흥미본위만으로 접근하지는 않아요. 작가는 죽음이라는 개념에서 펼쳐지는 이런 상상력들이 종교적 믿음이나 철학 체계, 과학적 진보의 근간이 되었다고 주장하고 사회적, 역사적 의미를 담는데에도 소홀하지 않습니다. 저도 작가의 의견에 동의하는 바이고요. 피하고 싶은 개념을 정면으로 바라봤을 때, 이렇게나 흥미로운 세상이 펼쳐지는구나...하고 감탄하게 되는 책입니다. :)
거의 모든 죽음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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