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보게 된 이유는 다름아닌 영화 포스터였습니다. 다니엘 크레이그와 루니 마라의 흑백 포스터. 뭔가 치명적인 매력이 숨어있다고, 어서 그걸 확인하라고 재촉하는 듯한 느낌이었죠. 포스터가 좋으면 영화를 봐야 하는데 포스터에 대한 관심이 영화를 넘어 책으로 전염되어버렸습니다. 포스터를 너무 잘 만들어도 곤란하지 싶어요. :P 책을 보느라고 정작 영화는 타이밍을 놓쳐버렸다죠.
그런데 책 표지는 영화만큼 크게 매력적이지는 않더군요. 아무튼,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이 책은 경제 전문 기자와 천재 해커 소녀가 수십년 전에 일어난 재벌집 총수 조카의 실종사건과 그 사건에 얽힌 재벌가문의 추잡한 과거를 헤집어내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포스터를 보고 기대했던 만큼의 재미는 없었습니다. '마약'이라는 표현까지 쓴 광고카피에 동의할 수 없어 안타깝네요. 일단 분량이 너무 많습니다. 설정이 탄탄한 건 좋은데 그 설정이 메인 스토리를 잡아먹는 형국이에요. 두꺼운 2권을 후루룩 읽을 수 있었다면, 혹은 후루룩 읽을 수 있게끔 분량을 조절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어쩌면 제 독서가 아직 부족한 걸지도 모르겠네요.
3편까지 이어지는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1편에서 자질구레한 설정 이야기가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를 하지만 그 덕택에 이야기의 중심이 흐트러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코스요리로 치자면 전채요리와 디저트 없이 메인요리만 3개가 연달아 나오는 느낌이랄까요. 누군가는 풍성한 식탁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더부룩한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습니다. 식당을 나와서 내가 뭘 먹었더라? 라고 다시 되묻게 되는 상황과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덕분에 영화를 보겠다는 마음도 함께 사라져 버렸군요. 그래도 이 책이 그렇게까지 좋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다만 제 기대가 너무 컸던 것 뿐이죠. 이야기와 설정의 탄탄함만큼은 감탄할 정도로 치밀하고 꼼꼼한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좀 더 속도감 있게 전개되었더라면 어땠을까, 아쉬웠던 책이었습니다. :)
밀레니엄 1부 세트 - 전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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